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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개봉한 영화 끝까지 간다는 이선균과 조진웅이 주연한 범죄 스릴러로, 연출은 김성훈 감독이 맡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그의 데뷔작으로 오해하지만, 사실 김성훈 감독은 2006년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이미 장편 연출 데뷔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간다>는 그의 영화 인생에서 장르 전환을 알리는 기점이자, 스릴러 연출자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입증한 대표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글에서는 30대 관객의 시선으로 이선균의 연기, 김성훈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몰입감 있는 전개 구조를 중심으로 <끝까지 간다>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이선균의 연기력
이선균은 끝까지 간다에서 ‘고건수’라는 캐릭터를 맡아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평소에는 정돈된 말투와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배우로 알려졌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인물을 현실감 있게 그려냅니다. 형사이지만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고, 인간적인 실수로 인해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 고건수는 관객의 공감과 불편함을 동시에 자아냅니다. 이선균의 연기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보다, 내면의 동요를 억누르는 순간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특히 시체를 숨기려다 들킬 위기에 처하는 장면, 경찰 내부의 압박을 받는 순간, 그리고 박창민(조진웅)과의 대치에서는 미세한 표정 변화와 말투 하나하나가 인물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그는 고건수가 점점 절박해지는 과정을 무리 없이 따라가며, 관객을 그의 심리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30대의 시선으로 보면, 이선균의 연기는 단순히 ‘배우 이선균’의 변신이 아닌, 당시 사회적 책임과 압박 속에 놓인 중년 남성의 초상처럼 다가옵니다. 관객은 고건수의 선택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그가 놓인 현실과 내면의 갈등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는 이선균의 절제된 연기 덕분이며, 이러한 접근 방식은 많은 상업 영화에서 보기 드문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김성훈 감독의 연출력
김성훈 감독은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데뷔한 이후, <추격자>의 조감독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거쳐 <끝까지 간다>에서 장르 스릴러에 본격 도전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의 장르적 감각과 이야기 구성 능력을 완전히 증명한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추격 스릴러에 심리적 불안, 사회 시스템의 모순, 블랙코미디 요소를 섞으며 독창적인 연출을 보여주었습니다. 끝까지 간다의 가장 큰 연출적 미덕은 ‘공간’과 ‘상황’을 통해 긴장을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입니다. 영화의 주요 장면은 장례식장, 경찰서, 차 안, 폐건물 등 좁고 제한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데, 김성훈 감독은 이 공간들을 인물의 감정과 연결해 감각적으로 활용합니다. 긴박한 상황을 빠르게 나열하는 대신, 순간의 정적과 침묵을 이용해 더 큰 불안을 자아내는 연출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또한 편집과 리듬의 조절이 탁월합니다.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도 관객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하고, 필요한 순간에 감정의 템포를 낮춰 인물에 집중하게 만드는 연출은 데뷔작 이상의 노련함이 느껴집니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의 반전과 긴박한 추격씬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이처럼 김성훈 감독은 이야기의 긴장과 인간의 심리를 교차시키며, 장르영화 속에 깊이를 불어넣는 연출자로 확고히 자리잡았습니다.
몰입감 있는 전개 구조
끝까지 간다는 오프닝부터 강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전개 구조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형사 고건수가 어머니 장례식 날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치어 죽이고, 시신을 관 속에 숨긴다는 설정부터 이미 비상식적인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이후 영화는 고건수를 둘러싼 사건의 연결 고리들을 매우 유기적으로 풀어가며, 하나의 사건이 또 다른 사건을 불러오는 도미노 구조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중반 이후 박창민(조진웅)의 등장은 영화의 긴장을 극단으로 끌어올립니다. 그는 고건수보다 더한 비밀을 가진 인물로, 단순한 악역이 아닌 복합적인 목적을 지닌 존재입니다. 이로 인해 단순한 선악 구도에서 벗어나, 각자의 생존과 책임, 죄의식이 뒤섞인 복잡한 대립이 형성됩니다. 이처럼 전개 구조는 예측을 뒤엎는 반전과 함께, 관객이 도덕적 판단을 잠시 유보하고 인물의 입장에 이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영화는 곳곳에 숨겨진 복선과 유머를 적절히 배치하여 긴장과 이완의 균형을 맞춥니다. 시체를 숨기려다 생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들, 고건수의 계획이 매번 어긋나는 아이러니 등은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로 작용하면서도, 몰입을 깨지 않습니다. 이는 전체적으로 탄탄하게 짜인 시나리오와 김성훈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 덕분입니다. 30대의 시선에서 이 영화의 전개는 단지 ‘빠르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긴장감, 감정의 흐름, 인간의 복잡한 내면이 교차하며 흘러가는 이 구조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서고, 반복 시청 시 더 많은 디테일이 보이는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끝까지 간다는 김성훈 감독의 ‘장르 전환점’이자, 한국 스릴러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작입니다. 30대가 되어 다시 본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극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도덕, 생존의 문제를 긴박하게 그려낸 심리극으로 다가옵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 감상해보시고, 이미 보셨다면 다시 한 번 그 밀도 높은 연출을 음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